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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와 상표 기고문] 평등, 공정 그리고 정의

평등, 공정 그리고 정의

(특허와 상표 신문,2022 1223일자)

                                                                                                                                                                                                                                                                                         김명신

                                                                                                                                         대한변리사회, 고문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국정철학은 언제 들어도 멋있는 말이다. 이것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었다. 과연 이 철학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도 이 철학이 실천되면 좋겠다.

 

2022 5월에 변호사가 특허침해소송사건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있는 사건에서, 소송당사자가 원하면 변리사를 추가로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하여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특히 이 법안에는 변리사는 항상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출석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06 11월과 2008 11월에도 유사한 법안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였으나, 변호사의 이익에 반한다고 법사위원회는 이 법안들을 심의도 하지 않은 채 회기 만료로 번번이 폐기시켜 왔다.

 

변호사는 특허법과 기술내용을 몰라도 변리사법에 따라 변리사자격을 자동으로 부여 받아 특허출원사건을 대리하여도 정당하다고 한다. 변리사는 특허법과 민사소송법 등 관련법의 주관식 시험과 연수를 거치고 심지어 특허법원에서 심결취소소송을 24년간이나 수행하고 있다.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송의 핵심은 문제의 기술이 특허권의 권리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이고, 특허침해소송 역시 문제의 기술이 특허권의 권리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침해가 입증되면 그때 손해배상액을 다투게 된다.

 

그렇다면 무슨 논리로 변리사에게 단독대리가 아닌 소위 선택적 공동소송대리권도 부여할 자격이 없다는 말인가? 이것이 과연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정의로운 결과라는 말인가?

 

필자는 법대를 나와 과도기 때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여 50년간 변리사로 일하여 왔다. 그동안 기술내용을 몰라서 겪은 애로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특정 기술사건을 처리할 때에는 반드시 그 기술분야를 전공한 변리사가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기술내용을 모른 채 특허출원 대리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은 변호사들의 모토인 사회정의에도 위배되는 일이다.

 

각종 자격사제도가 정착되기 전에는 사회지도층인 변호사에게 변리사, 세무사, 관세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등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자격사제도가 발전하면서 변호사수 못지 않게 각종 자격사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었다. 예를들면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자격자의 수가 작년 말에 1만명을 돌파하였고 개업변리사수도 6000명을 상회하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변호사에게 세무사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제도도 2017년에 이미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변호사에게 부여하던 변리사자격도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이 법안에 대하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벤쳐기업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기술사회 및 특허침해소송을 경험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지지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전세계에 걸쳐 핸드폰특허 침해소송을 전개할 때,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소송을 수행하였고, 영국, 유럽연합 27개국, 일본 및 중국이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한지 오래되었으며,최근 첨단기술이 안보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 등을 감안하여 볼 때,이번 법안을 단순히 변호사와 변리사의 직역다툼으로만 보아서는 아니 된다.

한편, 20219월에 국회법 제86조제5항을 신설하여 "법사위원회는 회부된 법안의 체계와 자구의 심사범위를 벗어난 심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강행규정을 두었다. 또한 2021 5월에는 국회법 제32조의 4와 동조의 5를 신설하여 "의원이 소속위원회의 안건심사시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경우, 소속위원회 위원장에게 그 안건에 대한 표결 및 발언의 회피를 신청하여야 한다" 강행규정마저 두었다. 따라서 변호사 출신 법사위원들은 특허침해소송의 대리인자격에 관한 변리사법개정안을 심의할 때에는 이해가 충돌되므로 그 심의를 회피하여야 한다. 만약 개정된 국회법을 준수하지 않은채 이 법안을 의결하거나 심의도 하지 않은 채 회기 종료로 법안을 폐기시키거나 하였을 때에는 사안에 따라 헌법소원 또는 국회 윤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과연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어떤 분야이든 초보자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모르나, 전문가가 되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변호사들이 사회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으려면, 다른 직역의 자격사들도 대접해 주어야 자신들도 비로소 진심으로 대접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코 내로남불이 되어서는 변호사가 그저 또 하나의 직업에 지나지 않게 된다.

평등, 공정 그리고 정의로운 국회심의를 고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