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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기고문] 법사위원회와 이해충돌방지법

법사위원회와 이해충돌방지법

(법률신문, 2023618)

 

                                                                                                                                         김명신 변리사

                                                                                                                                         전 대한변리사회 회장

 

2022 5월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있는 특허침해소송사건에서 사건 당사자가 원하면 변리사를 추가로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되, 변리사는 항상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출석하여야 한다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하여 현재 법사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이와 동일한 법안이2006년과 2008년에도 국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사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법사위원회는 이 법안들을 심의도 하지 아니한 채 회기 만료로 번번이 폐기시켜 왔다. 법사위원회는 그 동안 세무사법, 관세사법, 공인노무사법 및 공인중개사법 등 개정안이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였으나, 변호사 직역에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번번이 법안의 무덤이라는 제2소위원회로 회부하여 버린 후, 심사도 하지 아니한 채 회기 만료로 이 법안들을 폐기시켜 왔다.

 

외국에서는 입법과정에서 국회 내의 입법조사처 같은 기구에서 법체계나 자구에 문제가 있는지를 사전에 검토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하여 법사위원회가 다시 심의하지 않으며,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 바로 국회 본회의에 그 법안을 부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사위원회가 마치 상원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변호사직역에 관련된 법안들은 그 어떤 내용이든 법체계와 자구심사를 한다는 구실로 월권행위를 반복하여 왔다.이와 같은 법사위원회의 월권행위를 시정시키기 위하여 2021 9월 개정된 국회법 제86조 제5항에서는 "법사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체계와 자구의 심사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강행규정을 도입하게 되었다.

 

한편, 1997년부터 변리사시험에 민사소송법이 주관식 과목으로 채택되었고, 1996년부터 변리사들은 해마다 민사소송실무 연수교육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1998년부터 특허법원에서 특허심결취소송을 대리하여 왔기 때문에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이 이미 확인되었고, 특허침해소송의 당사자인 산업계는 물론 과학기술계에서도 변리사의 특허소송대리를 염원하여 왔다. 유럽 27개국, 영국, 일본 및 중국이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를 허용한 지 이미 오래되었으며, 현재 국내의 특허침해소송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일하고 있는 대형 로펌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소송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서 중소기업들이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리면 비싼 소송비용 때문에 응소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변리사에게 추가로 소송대리를 허용하면 중소 로펌의 변호사도 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소송비용은 대폭 저렴하게 될 것이다. 민사소송법의 법리를 살펴 보더라도 우리와 동일한 법체계를 가진 일본에서도 20여 년 전부터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하는 것이 변호사대리 원칙의 예외로서 법적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 법사위원회의 변호사출신 의원의 반대로 2023 2월 제2소위원회에 회부하여 사실상 법안을 폐기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 제155조에 규정된 그 어느 징계규정에도 국회법제86조 제5항 위배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입법미비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월권행위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기 때문에 대한변리사회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021 5월에 개정된 국회법 제32조의 4, 32조의 5 및 제32조의 6에 따라 변호사자격을 가진 법사위원들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추가 소송대리인 자격을 규정한 변리사법개정안에 대하여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과 관련 국회법에 따라 당연히 법안심사의 회피를 신청하거나, 발언이나 표결에 참여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를 위반하면 국회법 제155조에 따라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징계의 대상이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2023 2월 법사위원회가 변리사법 개정안을 제2소위원회로 회부하는 결정을 하였으므로 동 의결에 참여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징계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징계절차에서 징계가 되지 않으면 이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법안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회가 법체계와 자구 심사를 한다는 구실로 법안을 부당하게 폐기시키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외국의 국회처럼 법조문 자구수정 업무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사전에 수행토록 하거나, 그 이전에라도 변호사 출신 법사위원의 수를 과반수를 넘지 않도록 하여 법사위원회 운영의 폐단을 반드시 시정하여야 한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오로지 변호사의 직역만 고려하여 국제적인 조류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전개되는 첨단기술 특허소송에서 국가경쟁력을 감안하고 개정된 국회법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준수하여 이번에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